[KBS NEWS] 벼랑 끝 자영업자···올해 폐업 역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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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짜 2019.0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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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길가다 보면 이렇게 '임대 문의'나 '점포정리'라고 붙여 놓은 가게들이 눈에 띕니다.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100만 명을 넘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죠.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5명 가운데 1명을 차지하는 자영업자.

종업원을 두지않고 가족끼리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70%이상을 차지하는데요.

10명 가운데, 8명 가까이는 창업 5년도 안 돼 폐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현실은 어떤지 만나보시죠.

[리포트] 

13년 전,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뒤 문방구 사장님이 된 김수명 씨.

그런데 올해 들어선 장사를 계속 이어어가야 하는지 고민이 많습니다.

[김수명/문방구 사장 : "(매출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니까 지금은 거의 바닥까지 갔다고 봐야죠. 쉬려고도 생각하고 있어요."]

등교시간마다 준비물 사는 초등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문방구의 풍경, 지금은 그야말로 추억이 됐습니다.

[김수명/문방구 사장 : "대형마트 쪽으로 학부모들이 가면서 애들 것 사주고 장난감도 사주고 이렇게 되니까. 사무용품 같은 경우는 인터넷으로 주로 주문을 많이 하죠, 편하니까. 배달해주고 다 그러니까."]

한 중학교 앞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문방구 사장님, 문태근 씨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문태근/문방구 사장 : "학교 주변에 (문방구가) 7~8개 됐었죠. 지금은 없죠 하나도. 저희 같은 경우는 다행히 견디는 거고 저희도 곧 없어지겠죠."]

문구 판매로는 매출이 나지 않아 몇해 전부터 인쇄물 영업까지 하며 겨우 버티는 상황인데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시절, 진열해 놓기가 무섭게 나가던 효자상품들 기억 나시나요?

몇 해 째 뽀얗게 먼지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문태근/문방구 사장 : "학교 문방구니까 파는 게 많았죠. 석고판 같은 거 옛날에 조각도로……. 여러 가지 물감이라든가. 이런 건 옛날에 찾아서 갖다 놓았는데 지금은 찾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거래 명세표 같은 경우도 전자로 다 바뀌니까……. 거의 다 버리고 있는 상태. 처치곤란해서 버리는 입장입니다. 쓰지도 못하고……."]

이같은 자영업자들의 위기는 동네장사를 하는 영세 상인들만 겪는 게 아닙니다.

서울의 한 대로변. 건물 1층 가게들이 텅 비어 있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임대문의 현수막이 줄지어 걸린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 때 금싸라기 땅으로 불렸던 곳이지만 1년 넘게 새로운 주인을 구하지 못해 비어있는 가게도 수두룩합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1년 넘게 됐어요. 저기 제일 끝에는 3~4년 된 거 같아. (새 임차인이) 안 나와요."]

[인근 부동산 관계자/음성변조 : "월세 부담하기가 힘드니까 나가는 상황이 되는 거죠. 비워지고 바뀌고. 또 다른 사람들이 인테리어 시설해서 들어와서 또 장사가 안되니까 또 나가는 거고 악순환이죠."]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가게를 이전하거나 접은 곳도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

장사가 꽤 잘 됐다는 음식점도 폐업안내문을 붙인 채 떠났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이틀 됐다니까 문 닫은 지. 아줌마들 넷이 일했는데 여기도 안 해. 장사 안돼서 못 해. 인건비 비싸서 못 해."]

인근 또 다른 식당 역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4월인가 오픈해서 5월, 6월, 7월. 4개월인가 장사하고 못 하고 있어요. 이거 (한 그릇씩) 팔아서 몇백만 원 집세 내려고 해봐."]

남아서 장사를 하고 있는 주인들이라고 사정이 크게 나을 것도 없습니다.

[분식집 사장/음성변조 : "우리도 (개업할 때) 세 명 구했죠. 지금은 한 명 데리고 하잖아요. 내가 다 치우고 받고 다하고. 매출이 많이 오르고 인원이 많으면 사람 더 쓰겠죠. 왜 안 쓰겠어요. 그죠? 그 정도로 안 되고 힘들어요, 지금."]

아침부터 밤까지 사장이 발로 뛰며 인건비를 줄여봤지만 치솟는 물가에 원자재 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벌이는 점점 줄어들고, 결국 장사를 시작한지 10년 만에 폐업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분식집 사장/음성변조 : "올해 그만두려고 했었어요. 얼마라도 남는 게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없으니까 안 하려고 했어요. (건물주가) 임대료 얼마라도 낮춰줄 테니까 조금만 더 해라. 그래서 다시 1년만 연장계약 한 거예요."]

취재진이 만난 자영업자들의 대답은 정말 안타깝게도 모두들 폐업을 고민 중이라고 했습니다.

[김밥집 사장/음성변조 : "물건값 빼고 하루 일당 주고 나면 진짜 없어요 만원도. 몇천 원 남을 때도 있어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니까 운영을 하는 거죠. 그만두려고 해요 지금. 스트레스예요, 잠이 안 와 지금.”]

자영업 사장님들의 한탄 섞인 아우성이 혹시 엄살은 아닐까요? 실제 폐업컨설팅을 하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고경수/폐업 컨설팅 업체 대표 : "억대 이상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는 핵심 상권들. 이런 쪽에서 문의가 급격하게 늘었어요. 바꿔 이야기해서 그건 주변 상권, 변두리 상권은 말할 것도 없다는 이야기예요."]

폐업 식당의 실태를 알 수 있는 곳이 있죠. 바로 황학동인데요.

폐업한 식당과 카페 등에서 내놓은 주방 용품과 설비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음식점을 열었다 닫는 주기가 점점 더 짧아져 여러 명의 주인을 거친 물건도 허다합니다.

[중고 주방용품 가게 주인 : "1년도 못 버티다가 그냥 가게 접고. 정년퇴직이나 명퇴를 해서 할 게 없으니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어떻게 보면 요식업이잖아요. 정말 빠듯한 돈 가지고 하다 보니까 장사가 안 되니까 버틸 수가 없는 거예요."]

지난해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83만 여 명.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는 역대 최고치인 백만 명에 달할 거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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