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고경수 폐업119 대표 “폐업도 건강검진처럼…미리미리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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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짜 2019.04.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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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폐업 컨설팅 의뢰 30% 늘어…“핵심상권도 권리금 포기 사례 증가세”
정확한 상황 파악이 폐업의 시작…“정기적으로 경영상황 정량화, 수치화 필요”



▲ 고경수 폐업119 대표가 23일 서울 송파구 배민아카데미에서 ‘새 출발 준비하는 현명한 폐업 방법’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유도를 배울 때 낙법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잘 넘어져야 잘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폐업도 건강검진처럼 미리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폐업 과정에서 손실도 줄이고 재기도 원활하게 할 수 있습니다.” 

고경수 폐업119대표는 23일 서울 송파구 배민아카데미에서 진행한 배민아카데미 폐업 강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배민아카데미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들의 음식점 운영 및 매출 증대를 위해 2014년부터 실시한 자영업자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다.

고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3500여건의 폐업 컨설팅을 진행해본 결과 10명 중 8명은 준비 없이 창업시장에 진출하는 것 같다”며 “대부분 창업 비용이 높고 업종이나 상권을 결정할 때도 제대로 된 준비가 없는 경우가 많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창업을 할 때는 최소 6개월 이상 적자를 버틸 수 있는 자금여력이 있어야 한다”며 “대부분 대출을 40~45% 끼고 하는데 이자비용 등을 감안해야 한다. 자금 계획은 상당히 보수적으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해 폐업자 수가 100만명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만 40조원이 넘을 것”이라며 “폐업자의 일부는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가족이 해체되거나 건강을 잃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핵심상권에서 억대 이상의 권리금을 포기하고 폐업을 결정하는 자영업자들이 크게 증가한 것은 심각한 상황으로 폐업 컨설팅 의뢰도 30%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넘쳐나는 창업 정보에 비해 폐업 시장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고, 폐업을 결정한 자영업자 대부분이 심리적 패닉에 빠지는 점을 폐업 손실을 높이는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권리금 등 중개 비용이 과다한 데다 중고 식기 매각 과정에서도 시장 기준 가격이 없다 보니 폐업자가 부담하는 비용 부담이 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고 식기의 경우 3년이 지나면 신제품 가격의 10%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이마저도 매입 업체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폐업을 결정한 자영업자 대부분은 매장 임대기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컨설팅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부동산은 물론 중고 식기도 제 가격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보통 4월부터 9월까지 창업자가 많다”며 “그때 점포를 내놓는 것도 거래를 빠르게 하는 팁이 될 수 있다. 겨울에는 가능하면 점포를 내놓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매장 철거 과정에서 건물주와의 분쟁도 폐업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 대표는 “자영업자에 있어 권리금을 최후의 보루”라며 “잘못된 철거 업체 선택으로 비용 부담은 물론 건물주와의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고 대표는 “보통 자신의 상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폐업의 시작”이라며 “정기적으로 경영상황을 정량화, 수치화해서 결과 값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안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고경수 폐업119 대표가 23일 서울 송파구 배민아카데미에서 ‘새 출발 준비하는 현명한 폐업 방법’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다음은 고경수 폐업119 대표와의 일문일답
 
▲그동안 창업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는 많았지만 폐업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는 부족했다. 폐업 관련 컨설팅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폐업 컨설팅은 처음부터 의도했던 사업은 아니었다. 원래는 기업을 대상으로 비용을 줄여주는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기업의 경우 방치하는 사무용품, 즉 불용자산이 많다. 그래서 처음에는 폐업이 아니라 쓰지 않는 중고자산을 기업이나 개인에 연결해주는 사업을 계획했는데 폐업 기업의 경우 더 많은 중고자산이 나오다보니 그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폐업의 90% 이상이 자영업자가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업이 폐업을 할 경우 도와줄 일이 별로 없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시장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무료로 컨설팅을 했는데 하다 보니까 폐업자들에게 비용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얼마 전부터 지자체 등 정부에서 폐업지원 사업이 생기고 있는데 그쪽 일을 하면서 일정 부분 수익을 내고 있다. 

▲그동안 봐온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폐업 원인이 무엇인가. 폐업 비중이 높은 업종 및 지역은. 
- 경기불황이 길어지다 보니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 매출은 하락하는데 임대료나 최저임금 등 비용이 늘어나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직겨간을 맞았다. 단일 이유는 아닌 것 같고 악재가 겹쳤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급격하게 자영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물꼬를 터줘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 업종 중에서는 자영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식업, 지역 별로는 아무래도 상권이 모여 있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 가장 많다.

▲폐업을 결정한 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있다면.
- 제일 먼저 만나서 하는 말이 “빨리 처분해주세요”다. 워낙 급박하게 연락이 오다 보니 제대로 된 컨설팅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폐업과정에서 최대한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전부다. 

▲현재는 개별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주로 하고 있는데 향후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과 함께 폐업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도 계획하고 있나.
- 프랜차이즈협회나 편의점 협회 등 규모가 큰 자영업자 단체들의 경우 창업설명회 등 창업에는 관심이 많지만 폐업에는 관심이 적다. 특별히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폐업 절차만 잘 안내해도 개별 자영업자들한테는 큰 도움이 된다. 폐업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손실을 20% 정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폐업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이 40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20%면 8조원에 달한다. 이런 협회들이 너무 근시안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의 25%는 재창업을 한다. 곧 미래고객인 셈이다. 몇몇 협회의 경우 MOU까지 체결해놓고 사업 진행이 중단된 곳도 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10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필요한 정부의 역할이 있다면. 
- 최근 들어 서울, 경기지역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자영업자 지원 사업을 늘려가는 추세다. 그런데 대부분 폐업과 재기를 분리시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대로 재기를 꿈꾸려면 폐업 단계부터 관리해야 한다. 제대로 정리를 해야 원활하게 재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폐업 관련 전문가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전문가가 없으니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을 구현하기 아렵다. 그래서 재작년부터는 서울시와 함께 사업정리 컨설턴트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40여명 정도 전문가를 배출했다.[데일리안 = 최승근 기자]

출처 : 최승근 기자 / 데일리안
원문보기 :  http://www.dailian.co.kr/news/view/789919/?sc=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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