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스마트한 폐업은 또 하나의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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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짜 2015.0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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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첫 폐업 컨설팅... 고경수 한솔서플라이 대표
 
“폐업은 두려운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창업을 준비할 때와 마찬가지로 꼼꼼하게,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준비된 폐업, 스마트한 폐업만이 새로운 출발과 재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청년 취업난, 장년층 은퇴 등으로 자의 반 타의 반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정부에서도 창조경제를 활성화하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창업을 적극 장려하며 다양한 지원책과 대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이 창업 후 직면하는 현실은 장밋빛 환상과 거리가 멀 때가 많다.
때로는 온 재산을 쏟아 붓지만  1년을 버티는 것도 고단하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2003~12년까지 10년간 자영업 폐업은 793만8천683건에 달했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기업생멸 행정통계에서도 창업률은 줄어든 반면, 폐업률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기준 신생기업은 74만9천 개로 전년보다 2.7% 감소했지만, 2012년 기준 소멸기업은 74만1천 개로 전년보다 7.2% 증가한 것이다.
기업의 생존율도 떨어져 2012년 기준 기업의 1년 생존율은 59.8%를 기록했다. 2008년(61.8%) 이후 줄곧 감소세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이것이 바로 한솔서플라이 고경수(51) 대표가 국내외에서 처음으로 종합적인 폐업 컨설팅 사업을 시작하며 인터넷 사이트 ‘올통(www.alltong.co.kr)’을 개설한 배경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비용절감 및 불용자산 처리 등을 대행하는 사업에 오랫동안 몸담으면서 비합리적인 폐업에 마음 쓰였던 게 원동력이 됐다.
“창업 못지않게 폐업에 대해서도 꼼꼼한 준비가 절실하고, 사회와 정부의 관심이나 지원도 요구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몸소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폐업을 앞둔 현장의 분위기는 무척 어둡고 비장하다. 이에 대해 그는 “창업 후 대다수가 폐업하지만 심리적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에서
필요한 절차나 요령도 제대로 몰라 더 큰 손해를 보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란 말로 대변한다.

 우선은 폐업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한 게 탈이다.
개인적·사회적으로 폐업을 실패로 낙인찍는 분위기가 강해 터놓고 얘기하지 못하니 정보가 쌓이지도 공유되지도 못하는 까닭이다.
그 결과 합리적인 판단이 더욱 어려워져 제대로 된 폐업절차를 밟지 못하고 만다. 
 
  고 대표가 추구하는 것은 새로운 출발로 이어지는 ‘준비된’ 폐업, 나아가 재기에 발판이 되는 ‘스마트한’ 폐업이다.
이를 위해 점포·설비·집기 등을 제값에 정리할 수 있도록 중개하고, 세금 등의 복잡한 행정 처리도 대행한다.
이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아 문을 닫고도 한참이 지난 뒤에 불이익을 당하는 이들을 셀 수 없이 봤다.
게다가 이런 전력 때문에 불필요한 가산세를 대폭 물거나 추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은행으로부터 필요한 대출을 받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등 재기를 앞두고 난관에 봉착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로 겪었다. 
 
  이들을 위해 그는 사업진단, 폐업정보 제공, 폐업절차 안내 등의 다양한 지원에 나서며, 폐업에 따른 매물소개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올통과 제휴한 설비 구매업자들을 경쟁시켜 최고가로 불용자산을 매입하도록 함으로써 폐업자가 적어도 20~30%의 수익을 더 챙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주목할 점은 폐업을 앞둔 자영업자는 컨설팅의 전 과정을 무료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자로부터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이를 두고 “기업의 방식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어엿한 사업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익을 도외시할 수 없지만 사회적 약자인 폐업 자영업자를 돕는 동시에 인수자가 폭리를 취하는
기존의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사명감이 발휘된 것으로 짐작된다. 

  수많은 폐업을 지켜보며 고 대표가 안타깝게 느낀 점은 또 있다.
대부분의 사업자가 창업 후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도 폐업에 대한 검토나 준비는 뒷전으로 미루는 바람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고 대표의 생각은 분명하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폐업은 또 다른 훌륭한 자원이 된다”는 지론이다. 
 
 이와 관련해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는 본받을 만하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창업의 산실로 꼽히는 이곳에서는 창업과 더불어 폐업도 훌륭한 경험 및 밑거름으로 인식된다.
상당수의 투자가들이 건전한 폐업 경험에 높은 가치를 부여할 정도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진취적이다.
 
  고 대표는 폐업을 망설이는 이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몇 가지 징후를 제시한다.
연속 6개월 이상의 적자, 매출감소로 인한 인건비 축소, 생활비 정도에 불과한 낮은 수익, 임대료 증가, 힘든 재계약, 구인난 중 2개 이상이 해당한다면
폐업을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폐업이 속출하는 안타까운 현실은 바꿔 말하면 폐업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고 대표는 “1인 창업까지 고려할 경우, 각종 설비매입에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한 3천만  원이며,
이에 대해 폐업 시의 감가상각률을 적용하고, 폐업자를 연간 90만 명으로 계산하면 폐업시장 규모가 무려 5조4천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도 그의 바람대로 폐업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잘못된 폐업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으며,
체계적인 폐업 컨설팅시장을 새롭게 형성·확산해 가려는 그의 향방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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